무인단말기 장애인 접근성 제고를 위한 전략 고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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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5.31 장총련 주최 무인단말기 접근성 개선을 위한 토론회 사진
– 2018 무인단말기 장애인 접근성 보장을 위한 토론회 발제 –

정보접근성포럼 의장, 충북대 명예교수 김석일

1. 들어가기

키오스크(kiosk)는 한쪽에 낸 창문을 통해 저렴한 소모품을 판매하는 거리의 점포라는 의미이다. 요즈음에는 상품이나 티켓 구입이 가능한 자동판매기를 키오스크라고 한다.

자동판매기는 지정된 투입구에 동전 혹은 지폐를 집어넣고 상품을 구매할 수 있는 일종의 무인점포이다. 보통 상품은 상품 출구로, 그리고 거스름돈은 거스름돈 출구로 떨어진다. 일반적인 자판기는 그 크기가 크고 눈에 잘 띄게 도색하여 이용자들이 쉽게 발견할 수 있다. 비교적 크기가 작은 실내용 자동판매기도 주변에서 심심치 않게 발견된다. 대중음식점에 비치된 커피머신이 바로 실내용 자판기의 대표적인 예이다.

자동판매기는 전기가 공급될 수 있고, 설치 공간이 있기만 하면 임대비, 인건비, 보관비 등의 부담 없이 영업이 가능한 만능 상점으로서의 역할을 담당한다.

국민들에게 편의를 제공하기 위한 목적으로 설치된 공공 무인단말기도 자동판매기의 일종으로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지하철 승차권 발매기. 철도승차권 발매 단말기, 버스터미널 무인발권기, 무인민원발급기, 금융권 ATM 등이 바로 그것이다.

요즈음 문제가 되고 있는 패스트푸드업계, 대형 마트업계와 편의점업계를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는 무인단말기의 경우에도 서비스 형태는 자동판매기와 다르지만 제품 구입 기능을 대신해준다는 의미에서 자동판매기의 범주에 포함될 수 있다.

결론적으로, 오늘 토론의 주제인 무인단말기에는 서비스나 재화를 구입할 수 있는 모든 자동판매기를 포함하는 것으로 간주되어야 한다.

2. 무인단말기와 장애인 접근성

우리나라의 경우 무인단말기에 대한 장애인 접근성은 관심 밖으로 밀려나 있다. 그 이유를 살펴보면 무인단말기 이용 고객으로서 장애인의 비율은 비장애인에 비하여 매우 낮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장애인은 무인단말기 운영 주체로부터 서비스 대상에서 항상 소외될 수밖에 없다.

이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장애인들의 구매력을 높이거나(능동적인 방법), 법률로 장애인의 이용이 가능하도록 강제하는 것(수동적인 방법) 외에는 달리 대책이 없다.

미국의 경우는 우리나라와 조금 다른 문화를 가지고 있다. 이른바 드라이브-인(drive-in 또는 drive-thru) 문화이다. 즉, 미국에서는 고객이 차량에 탑승한 상태에서 상품이나 서비스를 구매하는 일은 매우 많다. 그러다 보니 드라이브-인 매장의 판매자는 수익 증대를 위하여 당연히 차량 탑승자의 눈높이에서 응대를 하거나 기기 조작이 필요하다면 차량에 탑승한 상태에서 조작할 수 있도록 했다. 최근에는 서비스 주문과 결제가 가능한 무인단말기를 설치하여 이용하는 단계로 발전하였다.

차량에 탑승한 상태는 휠체어를 탄 것과 물리적으로 동일한 여건으로 볼 수 있다. 결국 드라이브-인 용으로 개발된 무인단말기는 휠체어 탑승자의 이용이 가능하므로 휠체어 사용자를 위한 기술적 진보를 가져오게 되었다. 이와는 달리 워크-인(walk-in) 문화 중심의 우리나라에서는 무인단말기의 장애인 접근성에 관한 기술 개발 필요성이 대두될 이유가 없었다.

무인단말기를 대상으로 하는 미국의 장애인 정책은 매우 현실적이고 분명하다. 그 대상은 공공 부문으로 한정하고 있어 금융권 ATM, 공항에 설치된 무인단말기의 장애인 접근성 의무화를 강제하고 있다. 민간 영역의 경우 무인단말기의 접근성 보장 여부를 시장 논리에 맡기고 있다. 그러나 앞서 설명한 드라이브-인 문화의 발달로 인하여 승용차 이용이 가능한 사용자는 장애 여부에 관계없이 비장애인과 많은 부분에서 동등한 서비스 이용이 가능한 여건이 제공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반대로 ‘장애인ㆍ노인ㆍ임산부 등의 편의증진 보장에 관한 법률’ 및 그 시행령에서 무인단말기 장애인 접근성에 관해 규정하고 있으나 실제로는 유명무실하다.

장애인등의 이용이 가능한 매표소·판매기 또는 음료대 매표소(장애인등의 이용이 가능한 자동발매기를 설치한 경우와 시설관리자등으로부터 별도의 상시서비스가 제공되는 경우를 제외한다)·판매기 및 음료대는 장애인등이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형태·규격 및 부착물 등을 고려하여 설치하여야 한다.

다만, 동일한 장소에 2곳 또는 2대 이상을 각각 설치하는 경우에는 그 중 1곳 또는 1대만을 장애인 등의 이용을 고려하여 설치할 수 있다.

공연장, 사회복지시설은 의무

3. 무인단말기 장애인 접근성 고찰

무인단말기의 장애인 접근성은 5가지 요소를 고려해야 한다. 즉, 하드웨어, 플랫폼, 소프트웨어 및 콘텐츠 접근성과 시설 접근성이 그것이다. 여기서 플랫폼, 소프트웨어 및 콘텐츠는 기술적인 분류로, 이용자 관점에서는 구분이 모호하므로 이들을 크게 소프트웨어로 통칭할 수 있다. 즉, 무인단말기는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및 시설 등 3가지 요소의 접근성을 모두 충족해야 장애인의 이용이 보장될 수 있다.

필자가 개발한 산업표준(KS X 9211:2016 – 공공 단말기 접근성 가이드라인)에서도 3가지 접근성 요소를 포함하여 무인단말기의 설계지침을 제시하고 있다. 그 내용은 표 2와 같다.

 

관련 표준 항목 비고
항목 번호 제목
설치 장소 5.2.1 바닥
5.2.2 충분한 공간
통로 5.3.2 유효 폭 및 활동 공간
5.3.3 계단의 대체 수단
5.3.4 경사로
작동부 및 디스플레이 위치 5.4.1 작동부
5.4.2 디스플레이
구별 가능한 컨트롤 6.1.2 컨트롤 크기
6.1.3 이웃한 컨트롤 간의 간격
6.1.4 다양한 대체 수단 제공
삽입구와 배출구 6.2.2 삽입구 모양
6.2.3 배출구
단순한 조작 6.3.2 한 손 사용
6.3.3 누르는 조작
6.3.4 살짝 잡아당기는 조작
6.3.5 세게 잡아당기는 조작
6.3.6 미세한 조작
컨트롤의 인식 6.4.2 버튼, 키 및 기타 스위치 등의 인식
6.4.3 촉각돌기를 이용한 인식
6.4.4 키보드 배열
6.4.5 삽입구/배출구 등의 인식
6.4.6 터치스크린 컨트롤의 인식
시각 정보의 제공 방법 6.5.2 텍스트 크기
6.5.3 명도 대비
6.5.4 색을 이용한 정보의 제공 금지
6.5.5 광과민성 발적 억제
6.5.6 대체 콘텐츠 제공
디스플레이 밝기 조절 6.6.2 얼비침 방지
6.6.3 밝기 조절
음성 출력 시스템 6.7.2 이어폰 단자 제공
6.7.3 이어폰 연결
6.7.4 소리 차폐
6.7.5 음량 조절
피드백 6.8.2 피드백 시점
6.8.3 피드백 제공
청각 정보의 제공 방법 6.9.2 좋은 음질
6.9.3 대체 콘텐츠 제공
간결한 언어 사용 6.10.2 단순한 문장 사용
6.10.3 그림 및 아이콘 사용
카드 사용 6.11.1 카드 인식
6.11.2 카드 방향 표시
6.11.3 카드 삽입 방향의 구분 배제
6.11.4 경고음 발생
6.11.5 비접촉식 카드
6.11.6 표준 규격 적용
생체 인식 6.12 생체인식 대체 수단 제공
제한 시간 6.13.2 제한시간 변경
작업 종료 6.14.2 종료 수단 제공
6.14.3 카드 등의 회수
일관성 유지 6.15.2 사용자 인터페이스
6.15.3 불필요한 절차 생략
개인식별번호 6.16.1 등록
6.16.2 입력
6.16.3 대체 수단 제공
사용자 교육 6.17.2 교육 기회 제공
6.17.3 사용자 매뉴얼 제공
6.17.4 헬프 데스크 운영
개인 정보 보호 6.18.2 개인 정보 표시 금지
6.18.3 음성 차폐
6.18.4 주변 조명

 

표 2는 모든 무인단말기에 적용될 수 있는 설계 지침으로서의 목적으로 개발된 것이다. 내용이 포괄적이므로 무인단말기의 유형이나 성격에 따라 세부적인 기준을 추가로 만들어 적용할 필요가 있다. 참고로, 한국정보화진흥원에서 무인단말기 인증을 위한 인증 기준 개발을 준비 중이므로 관련 장애인 단체 등의 적극적인 협력을 통해 완성도가 높은 인증 기준이 만들어지길 기대한다.

4. 무인단말기 접근성 제고 전략

최근 장애인 계에서는 패스트푸드점에서 도입하여 운영 중인 무인단말기의 장애인 접근성에 관한 관심이 매우 크다. 실생활에서 장애인들도 자주 이용할 가능성이 많고, 매스컴에서 이를 자주 다루다 보니 무인단말기의 보급 확대에 따른 장애인계의 우려가 있는 것도 이해할만 하다.

필자가 조사해 본 바에 따르면 국내외 어느 패스트푸드점도 직원을 두지 않고 무인단말기만을 운영하는 음식점은 없었다. 따라서 무인단말기가 설치된 음식점에서 장애인들이 음식 구입이 어려울 것이라는 생각은 그야말로 기우에 지나지 않는다. 어떤 면에서 패스트푸드 업계의 무인단말기 도입은 ‘고객들에게 새로운 즐거움을 주기 위한 일환’이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앞으로 무인단말기의 도입이 늘어나더라도 이로 인하여 장애인들이 본연의 서비스를 받지 못하는 일이 생길 것이라고는 보지 않는다.

그것보다는 장애인들도 프라이버시를 노출시키지 않고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는 관점에서 장애인 접근성을 보장하는 무인단말기 도입이 필요할 것이다.

그렇다면 무인단말기 장애인 접근성 제고를 위해서는 어떤 전략이 필요한지 살펴보자.

) 공공에서 민간으로

장애인 접근성 준수 대상은 공공 무인단말기가 중심이 되어야 한다. 공공 무인단말기의 장애인 접근성 보장 기술이 개발되면 큰 어려움 없이 민간 부문의 무인단말기에 활용될 수 있다. 즉, 공공 분야에서 먼저 장애인 접근성 보장에 필요한 기술 축적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민간 부문 무인단말기 접근성 향상으로 이어지게 된다.

이번 지방선거에 출마한 주요 정당의 후보들에게 해당 지자체에서 운영하는 공공 무인단말기의 장애인 접근성 개선 공약을 확인하여 정당한 요구를 할 필요가 있다.

공공 무인단말기의 경우에도 한 번에 모든 것을 요구하기 보다는 유인 서비스가 불가능한 곳에 설치된 무인단말기의 장애인 접근성을 우선 보장하도록 요구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 장애인 단체의 역량 강화

장애인은 무조건 혜택을 받아야 하는 존재가 되어야 한다는 논리를 탈피할 때가 되었다. 그 대신에 장애인 단체는 필요한 기술 기준을 만들어 제시하고, 관련 정책 연구를 수행하고 그 결과를 토대로 필요한 요구를 당당하게 하는 능동적인 역할을 하는 주체로 변모해야 한다. 이번 토론회를 기회로 삼아 장애인 단체의 역할 변화를 기대한다.

실제로 장애인단체가 해야 할 일이 많이 있다. 예를 들어, 한국인의 체형 변화에 따른 휠체어 사용자의 원활한 조작을 위한 스위치 위치의 높이, 크기 등에 관한 세부 규격은 관련 법률, 국내와 연구 사례를 토대로 마련되어야 한다. 장애인 편의시설 증진법에 따른 ‘편의시설의 세부설치기준과 대상시설’ 요구 조건은 너무 개괄적이어서 무인단말기의 적용 지침으로 활용할 수 없다. 관련 작업은 장애인단체 중심으로 학계와 산업계가 공동으로 수행할 수 있을 것이다.

아울러 앞에서 이야기한 인증에 필요한 인증 기술 및 기준에 관한 사항도 장애인단체를 중심으로 전문가와 산업계가 함께 머리를 맞대고 개발할 필요가 있다.

) 정부주도 플랫폼 개발 및 보급

터치스크린과 같은 새로운 기술이나 장애인 접근성과 같은 생소한 요구는 영세한 무인단말기 제조업체들이 감당하기 어려운 주제이다. 이 문제는 정부 지원을 통해 해결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음성 지원이 가능한 무인단말기용 플랫폼을 정부 주도로 개발하여 관련 기업에서 공동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한다면 큰 어려움 없이 무인단말기의 장애인 접근성 개선이 가능하다.

안드로이드 플랫폼은 이미 많은 모바일 기기용으로 사용되고 있기 때문에 큰 어려움 없이 무인단말기의 플랫폼으로 활용 가능하다. 마이크로소프트 사의 윈도 운영체제도 이미 터치스크린과 음성 지원이 가능하므로 비용 문제만 해결되면 얼마든지 무인단말기에 도입이 가능하다. 최근 MS Surface Hub 2는 실제로 윈도 플랫폼을 터치 기반 무인단말기로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이기도 하다.

한걸음 더 나아가 국책연구기관 등으로 하여금 리눅스 기반의 무인단말기 플랫폼을 개발하여 중소기업에 보급하도록 하는 것도 가능하다. 결국 무인단말기 장애인 접근성 향상은 기술적 난이도에 달린 문제가 아니라 정부의 의지에 달린 문제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 인증제도 도입

무인단말기 장애인 접근성 인증 제도를 도입하기 위한 로드맵 마련이 시급하다.

가장 시급한 것은 무인단말기 장애인 접근성 주관 기관을 선정하는 일이다. 무인단말기와 관련한 부처의 스펙트럼이 매우 넓어 누구에게 장애인 접근성 관리 임무를 부여할 것인가에 관한 컨센서스가 빨리 이루어져야 한다. 예를 들어, 지하철 승차권 발매기는 지방정부, 철도승차권 발매 단말기와 버스터미널 무인발권기는 국토교통부, 무인민원발급기는 행정안전부, 금융권 ATM은 한국은행, 민간 부문의 무인단말기도 문화체육관광부, 보건복지부, 교육부 등으로 구분되어 있어 도무지 어디가 무인단말기 장애인 접근성 주무부처인지 명확하지 않다.

이러한 특성으로 인하여 인증 제도의 도입도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한 가지 대안이 있다면 노무현 정부 시절 정보통신부가 운영했던 정보격차해소위원회와 같은 범부처 위원회를 신설하여 무인단말기 장애인 접근성 향상과 관련 인증 업무를 담당하도록 하는 것이다.

5. 나가기

무인단말기 장애인 접근성 제고는 반드시 필요한 일이다. 그리고 그 대상은 무인자판기에서 정보제공용 키오스크 이르는 모든 기기를 커버해야 하므로 범위가 매우 넓다.

한 술에 배부를 수 없다. 워낙 관련한 이슈가 많고 범위가 넓어서 무엇부터 해결해야 하는지 모호하다. 정부에서 앞장서서 적극적으로 해결주면 되겠지만 안타깝게도 무인단말기의 장애인 접근성 보장에 관해서는 관심조차 없다.

영세한 무인단말기산업의 발전을 위해서는 정부 지원이 이루어져야 한다. 무엇보다도 공통 플랫폼 개발을 위한 정부 지원은 필수적이다. 국책연구기관을 활용한다면 큰 어려움 없이, 단기간에 공통 플랫폼 개발이 가능할 것이다.

장애인 단체의 적극적인 노력과 능동적인 역할도 필요하다. 관련법과 제도에 대한 자세한 분석과 현장 점검이 필요하다. 이미 의무화되어 있는 시설의 장애인 접근성도 지키지 못하면서 새로운 요구를 계속하는 것은 전략적으로도 바람직하지 않다. 기존의 법률이 잘 지켜지는가를 주기적으로 모니터링 하는 노력과 함께 장애인단체가 주도하여 무인단말기 관련 기술 표준을 개발하고 관련 기술을 개발하여 제공하는 능동적인 역할을 수행할 때가 되어야 만 장애인 접근성 보장이라는 소기의 목표 달성이 가능할 것이다.

이 과정에서 한국장애인총연합회의 적극적인 역할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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